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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 건축/실내 인테리어

주방 계획하기

by 쌍쌍바_ 2025. 3. 17.

집을 지을 때 주방이나 붙박이장 같은 가구류는 건축비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로 업체와 계약해야 하는데, 건축사나 시공사에서 같이 작업을 했던 업체들을 추천해 주기도 합니다.

저도 업체 세 곳을 추천받았고, 두 곳을 방문 상담했습니다. 이미 건축비 예산에서 3~4천만 원가량이 오버된 상태라 가성비 있는 곳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나머지 한 곳은 기생충에 나왔던 주방으로 유명한 곳이라 가격이 상당해서 패스했어요.

이 글에서는 제가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업체 방문 전 알아야 할 것들과 예산 책정 시 참고가 될 만한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디자인 설계하기

여기서도 핀터레스트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양한 이미지들을 검색해서 한눈에 볼 수 있고, 설계자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원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저는 건축 설계를 할 때부터 부엌과 다이닝을 어떻게 꾸밀지 이미 구상을 해둔 상태였습니다. 공간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집의 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계단 밑을 활용하는 것이었어요.

< 계단 밑을 주방으로 활용(위), 색상 컨셉(아래) >


계단 밑을 주방으로 활용하는 이미지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마음에 쏙 드는 컷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색상과 분위기는 블랙 컨셉으로 하기 위해 가장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하나 추가했습니다. 이 두 이미지를 가구 업체 미팅할 때 보여줬고, 덕분에 빠르고 쉽게 요구사항을 전달할 수 있었어요.

< 디자인 설계 및 실제 주방 >


계단을 위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해서 계단 폭을 좁게 설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계단 밑은 버려지는 공간이라 창고로 많이 사용하게 되죠. 하지만 이렇게 계단을 주방의 일부처럼 생각하고 설계한다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어요.



2. 업체 선정하기 (브랜드 vs 제작 업체)

주방을 구성할 때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1) 브랜드 (한샘, 리바트, 이케아 등)

- 여러 디자인의 상품들을 직접 보고 살 수 있음
- 요즘엔 반기성 제품들이 있어서 어느 정도 커스터마이징이 가능
- 체계적인 AS와 품질 보장
- 대형 브랜드에는 간접비가 많이 붙기 때문에 맞춤 제작을 할 경우 가격이 높음

(2) 맞춤 가구 주방 업체 (xx키친 등)

- 원하는 디자인과 크기로 맞춤 제작이 가능
- 같은 자재일 경우 브랜드보다 저렴
- AS나 품질에 대한 보장은 브랜드보다 약함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주방과 신발장, 세면대는 맞춤 가구 업체와 계약해서 진행했고, 붙박이장은 브랜드 업체에서 구매했습니다.

세면대, 신발장, 주방(계단 밑을 활용하는 특이한 설계로 인해)은 맞춤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맞춤 가구 업체를 알아보고 했습니다. 브랜드 붙박이장은 대부분 반기성 제품으로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맞춤 제작하는 것보다 많이 저렴한 편입니다.

특히 붙박이장 (반)기성제품은 서랍 안쪽까지 활용하기 힘들게 되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한샘에서 서랍이 완전히 밖으로 나오는 제품을 직접 확인할 수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붙박이장의 위쪽 공간을 막아서 벽처럼 설계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위쪽을 막지 않으면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3. 주방 가구 선택하기

주방 가구는 재질과 마감 방식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큽니다. 예산에 맞추어 설계하려면 몇 가지 기준을 세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상판, 도어, 경첩 등을 선택해야 하는데, 저는 상판에 집중 투자해서 천연세라믹 상판을 선택했습니다.


(1) 상판 선택 (세라믹 vs 엔지니어드 스톤 vs 대리석)


- 세라믹

고온에서 구운 도자기 재질이라 강도가 뛰어나고 열과 스크래치, 오염에 강합니다. 뜨거운 냄비를 바로 올려도 되고, 물이나 음식물이 스며들지 않아 청소가 편리합니다.

디자인과 내구성, 사용성 모두 좋지만 가격이 비쌉니다. 하지만 한 판(3200×1600mm 정도) 형태로 제작되기 때문에 잘 잘라서 여러 공간에 사용한다면 가성비를 끌어올릴 수 있어요.

저는 3200×1500mm 천연세라믹 한 판을 3개(950×3200, 650×1800, 650×1400)로 잘라서 각각 메인주방1, 메인주방2, 보조주방에 활용했습니다. 주방 공간 디자인이 통일돼서 깔끔하고 비용도 절약돼서 엔지니어드 스톤과 비슷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었어요.


- 엔지니어드 스톤 (ex. 칸스톤)
석재 조각과 레진(수지)을 혼합해 만든 인조석으로, 패턴이 일정해서 고급스럽고 천연 대리석보다 스크래치, 오염, 충격에 강합니다. 내열성이 강하지는 않아서 뜨거운 냄비는 반드시 받침대를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한 판(3000×1400mm 정도) 형태로 제작되어 재단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세라믹보다 폭이 약간 좁아서 살짝 애매할 수도 있어요. 브랜드와 제품에 따라 사이즈가 조금씩 다르니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디자인과 실용성, 합리적인 가격까지 생각한다면 엔지니어드 스톤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천연 대리석 (+ 인조 대리석)
천연 대리석은 자연에서 채취한 석재로, 패턴이 고유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매우 고가인 반면  스크래치, 오염, 충격에 약하기 때문에 코팅이 필요합니다.
예산에 여유가 많고 고유한 패턴 디자인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선택할 것 같네요.

인조 대리석은 아크릴이나 폴리에스터 수지를 사용해 제작된 인공석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다양한 패턴과 색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열에 약하기 때문에 뜨거운 냄비는 반드시 받침대를 사용해야 하고, 스크래치 내구성도 강한 편은 아닙니다.

인조 대리석은 유연하게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곡선 등 자유로운 시공이 가능합니다.
저는 세면대에 하얀 인조 대리석을 사용했는데 세면대에서 쓰기엔 가성비가 아주 좋아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 인조 대리석 얇은 상판(좌) 및 굵은 상판(우) >



(2) 도어 재질 선택 (PET, LPM, 도장 등)

PET, 하이그로시, LPM, 우드, 도장 등 상당히 많은 종류의 재질이 있습니다. 요즘엔 친환경 재료가 많이 나오고 있어서 E0, E1 등급이 많으니 이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PET와 LPM, 도장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 PET
플라스틱 판을 MDF같은 코어 보드에 붙인 방식입니다. 무광으로 했을 때 깔끔하기 때문에 많이 사용하시는 것 같아요. 붙인 재질이기 때문에 모서리 부분이 불완전하게 보일 수 있는데, 이런 모서리를 레이저로 보완한 방식이 제로 PET입니다. 제로 PET는 가격이 약간 비싼 편이었어요.
하이그로시는 광택이 나는 재질이고, 저렴한 자재라 아파트에서 많이 쓰인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광택이 나는 재질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선택권에서 아예 빠져있었어요.

- LPM
필름지를 열과 압력으로 보드에 붙이는 방식입니다. PET/도장과 달리 나무 모양이나 질감을 표현할 수 있어 선택지가 매우 다양하고 가격도 합리적입니다.
저는 오돌토돌한 질감과 시멘트를 바른듯한 느낌이 나는 LPM 도어를 선택했고 상당히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1층 세면대는 따뜻한 느낌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무늬목이 들어간 LPM 도어를 사용했습니다. '상판' 파트의 사진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 도장
말 그대로 보드에 도장을 입히는 방식이기 때문에 PET/LPM과 다르게 모서리 부분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다양한 페인트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도장을 해야 하는 방식이다 보니 가격이 1.5~2배가량 비쌉니다.


(3) 경첩

경첩도 여러 브랜드가 있는데, 고민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블룸(blum) 제품으로 달아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가격이 조금 나가긴 하는데 투자하지 못할 금액은 아니기 때문에 내구성과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경첩 기능 중에 댐퍼(서서히 닫히는) 방식이 사용하기에 매우 편리하기 때문에 서랍에는 꼭 해당 기능을 추가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90~180도로 꺾이는 방식이 공간 활용면에서 좋다고는 하는데, 경첩 가격이 좀 비싸고 고장이 잘 나기 때문에 잘 생각하셔서 적용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사항

저희 부부는 집에서 요리를 꽤 많이 해 먹는데, 요리를 할 때 조리 시간보다 준비 시간(고기 손질, 채소 헹구기 등)이 더 오래 걸리고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메인 주방(아일랜드)에서는 재료만 손질/준비하고 보조 주방에 후드를 설치하여 조리가 가능하게 설계했어요.

결과적으로는 매우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열교환 공기순환장치 덕분에 추운 겨울이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 창문을 열지 않고도 음식 냄새 없이 쾌적하게 생활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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